2025년 7월 조사에 따르면 일본 호감도는 42.7도로, 무역분쟁 당시인 2019년 8월 최저치(18.1도) 대비 두 배 이상 높아졌다. 한일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지금,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일보가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요미우리와 공동으로 실시한 '2025 한일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현재 한일 관계가 좋다'고 답한 한국인이 55.2%로, 첫 조사를 시작한 1995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여론이 아니라 경제 협력에서 일어나고 있다. 과거의 경쟁 관계에서 벗어나 상호 보완적 협력으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투자 기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세 가지 핵심 분야를 살펴보자.
반도체 산업: 경쟁에서 전략적 협력으로
한일 반도체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일본 요코하마에 400억 엔을 투자해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절반인 200억엔은 일본 정부에서 보조금으로 지원받게 된다고 도시샤대 테라다 다카시 교수가 밝혔다.
실제 협력 사례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2025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실시된 한일 CEO 설문조사에서, 한국 CEO들은 협력 유망 분야로 AI(41.6%)를 1순위로 꼽았고, 일본 CEO들은 한국이 강점을 가진 반도체(58.8%)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투자 관점에서 봐야 할 구조적 변화는 다음과 같다. 과거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갈등이 오히려 양국의 상호 의존성을 더욱 명확하게 만들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1위, 일본은 반도체 소재·장비에서 세계 1위다. 서로 없으면 안 되는 관계임이 증명된 셈이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업 56.4%가 60년간 한일 경협이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고, 62.4%가 향후에도 한일 경제협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양국 유망 협력 분야로 반도체·AI·자동차 순으로 꼽았다.
시나리오 기반 투자 전망: 만약 한일 관계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들의 안정적 성장이 예상된다. 관계가 더욱 개선될 경우, 공동 R&D 프로젝트 확대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차전지와 에너지 전환 산업: 공동 생태계 구축
수소 협력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2025년 3월 26일 한국과 일본이 일본 도쿄에서 '제2회 한일 수소 협력 대화'를 열고, 청정수소 공급망 협력을 위해 민간 부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정부 간 협력 채널과 병행해 '한일 민간 수소 공급망 및 활용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에너지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2024년 9월 부산에서 열린 국장급 한일에너지대화에서 양국은 한국이 추진하는 'CFE 이니셔티브'에 대한 협력을 재확인했다. CFE 이니셔티브는 원자력발전·수소·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등을 포함해 무탄소에너지 활용을 증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투자 전문가 분석: 배터리 분야에서 한일 협력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국은 배터리 셀 생산, 일본은 소재와 장비에서 각각 강점을 갖고 있어 상호 보완적 구조가 완성되어 있다.
구체적인 투자 포인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 수소 인프라 구축 관련 기업들의 수혜 예상
- 배터리 소재·부품 기업들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
-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시장 확대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이 가속화될수록 한일 에너지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소 경제 분야에서 양국의 기술적 시너지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콘텐츠 및 테크 융합 산업: 문화와 기술의 시너지
콘텐츠 산업에서의 협력이 새로운 투자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과 일본 애니메이션·게임 IP의 기술적 융합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일 공동 제작 프로젝트들이 늘어나고 있고, AI와 콘텐츠를 결합한 신사업도 떠오르고 있다. 네이버웹툰과 집영사의 AI 번역 기술 공동 개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아니플렉스의 AI 더빙 기술 등이 구체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의 기회:
- 버추얼 아이돌과 메타버스 콘텐츠 관련 기업
- AI 기반 콘텐츠 제작 기술 보유 기업
- 웹툰·웹소설 플랫폼의 일본 시장 진출 수혜
콘텐츠 산업은 다른 제조업과 달리 문화적 장벽이 높지만, 기술적 융합을 통해 이를 극복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한 현지화 비용 절감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
한일 관계 개선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2025년 7월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일본 호감도가 42.7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단순한 여론 변화가 아니라 경제적 실익에 기반한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
투자 전문가들의 컨센서스는 다음과 같다:
- 반도체: 단기적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협력 확대로 성장 동력 확보
- 에너지: 탄소중립 정책과 맞물려 지속적 성장 가능성
- 콘텐츠: 초기 단계지만 기술 융합을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 기대
리스크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한일 관계는 여전히 정치적 변수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등장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은 투자자들에게 단기적 기회를 넘어선 구조적 변화의 신호다. 과거의 정치적 리스크가 경제적 기회로 전환되는 지금이야말로, 장기 관점에서 한일 협력 테마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