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의 대표 주자이지만, 두 프로젝트는 태생부터 철학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통해 디지털 화폐의 가능성을 증명했다면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움을 통해 ‘프로그래머블 블록체인’을 만들고자 했다. 두 시스템 모두 탈중앙화와 보안성을 추구하지만, 그 접근 방식과 미래에 대한 비전은 분명하게 갈리고 있다. 블록체인이 기존 금융과 기술 인프라를 바꾸는 흐름 속에서 비탈릭 부테린이 바라보는 방향은 여전히 독특하고 도전적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그 차이를 이더리움 대표인 비탈릭 부테린의 시각에서 풀어본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 이더리움은 디지털 플랫폼
비트코인을 먼저 살펴보겠다.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의 익명성과 단순한 설계로 인해 디지털 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이유는 무한으로 찍어낼 수 있는 화폐와 달리,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고정되어 있고 누구나 자유롭게 전송할 수 있다. 또한 중앙기관 없이 운영된다는 점에서 금의 속성을 그대로 옮겨 와 디지털화했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투기적 자산이면서도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기능하기를 원했고, 실제로 점점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반면 이더리움은 단순한 통화를 넘어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설계되었다. 비탈릭 부테린은 블록체인이 단순한 송금 수단에서 더 발전하여 전 세계 누구나 조건을 정의하고 실행할 수 있는 ‘코드 기반 계약 시스템’으로 작동하길 원했다.
이는 이더리움의 가장 큰 특징인 ‘스마트컨트랙트’로,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코드이며 그 특징을 통해 탈중앙화 앱, 디파이, NFT 같은 다양한 생태계가 탄생했다고 한다. 비트코인이 화폐라면, 이더리움은 운영체제에 가깝다. 부테린의 야망은 ‘자율적이고 분산된 세상을 구축하는 코드’를 만드는 것이다.
고정된 설계와 유연한 업그레이드의 차이
비트코인은 기술적 업데이트는 느리고 커뮤니티의 합의가 있어야만 진행되는 특성상 변화에 매우 보수적이다. 이 구조는 보안성과 신뢰성에서는 강점을 가지지만 새로운 기능이나 시대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
반면 이더리움은 지속적으로 진화해 왔다. 2022년 ‘머지(Merge)’ 업그레이드를 통해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했으며, 2023~2024년 사이에는 확장성과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샤딩, 롤업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했다.
비탈릭 부테린은 완성된 블록체인이 존재한다고 보지 않는 듯하다. 그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언급한 것을 종합해 볼 때, 지속적인 실험과 피드백을 통해 블록체인은 ‘더 나아지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 유연성은 이더리움이 다양한 개발자와 프로젝트의 선택을 받는 이유로 볼 수 있다. 비탈릭 부테린이 이끄는 이더리움은 여전히 테스트 중이며 그 진화의 끝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화폐 중심의 비트코인, 세계 운영 시스템을 지향하는 이더리움
거래는 자유롭고 누구나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으며, 공급량은 2,100만 개로 고정되어 있는 비트코인의 철학은 단순하다. 국가와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지 않는 디지털 화폐를 만들겠다는 의지이자,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지키는 수단이 되려고 하는 디지털 자산인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는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가치 저장 시스템으로 기능을 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더리움은 보다 복잡한 꿈을 꾸고 있는데, 바로 단순히 ‘돈’이 아닌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거다. 비탈릭 부테린은 블록체인을 이용해 조직 운영, 투표 시스템, 자산 발행, 사회 계약 등 다양한 영역을 탈중앙화 할 수 있다고 본다. 그가 말하는 블록체인은 ‘믿음을 코드로 대체하는 인프라’다. 말만 놓고 보면 모든 것이 '탈중앙 전자화'가 가능한 세상이 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더리움 위에서 작동하는 앱들은 기존 정부와 기업 중심의 시스템과 전혀 다른 논리로 움직인다. 사용자는 플랫폼의 통제가 아니라 오픈소스 코드와 커뮤니티 중심의 구조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달러의 기축통화를 대체하고 금의 역할을 대신하는 등 화폐적 기능이라는 하나의 역할에 집중한다면, 이더리움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최근 비트코인처럼 단순해져야 한다는 비탈릭 부테린의 말이 이더리움을 또 한 번 세계인들에게 확장을 경험하게 할지 기대해 본다.
결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술의 두 축이지만 철학적 뿌리는 다르다. 사토시는 통제를 벗어난 화폐를 원했고, 부테린은 전 세계적 수준의 탈중앙화 인프라를 꿈꾼다.
비트코인이 완성형에 가깝다면 그와 반대로 이더리움은 여전히 과정형이다. 지금도 실험을 멈추지 않는 부테린은 단지 기술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 시스템에 대한 도전을 하고 있는 개척자이다.
두 체인이 선택한 길은 다르지만 큰 두 축의 가장자산의 존재 그 자체가 블록체인의 가치와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