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을 넘기면서 방산주는 폭발적인 상승을 기록했다. 록히드마틴 주가는 2022년 대비 85% 올랐고,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는 73% 급등했다. 하지만 2025년 들어 휴전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투자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전쟁이 끝나면 방산주도 끝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종전은 오히려 방산 산업의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전쟁 중에는 기존 무기 보급이 급했지만, 평시에는 차세대 기술 개발이 중요해진다. 더욱이 지정학적 리스크는 줄어들 기미가 없고, 각국의 군사 예산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방산주의 진짜 투자 포인트를 살펴본다.
종전은 수요의 끝이 아니다: 재무장과 군사 예산 확대
종전이 되면 방위 산업 수요가 급감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실제로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024년 나토 회원국 29개국 중 23개국이 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했다. 이는 2014년 단 3개국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독일의 사례가 가장 극적이다. 2022년까지 GDP 대비 1.4%에 불과했던 국방비를 2024년 2.1%로 늘렸고, 2030년까지 연간 800억 유로(약 118조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폴란드는 더 과감하다. GDP 대비 4%를 국방비로 쓰겠다고 선언했고, 2025년 한 해에만 350억 달러(약 48조 원)를 군사 장비에 투자한다.
북유럽 국가들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면서 군사 표준을 나토 기준에 맞추는 과정에서 대규모 장비 교체가 진행 중이다. 핀란드는 F-35 전투기 64대를 구매하기로 했고, 스웨덴은 잠수함 함대를 완전히 현대화한다.
더 중요한 건 이런 투자가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러시아 위협이 당장 사라지지 않을뿐더러,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북한의 핵 위협, 중동 불안정까지 겹치면서 '항구적 재무장'이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이는 방산 업계에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요를 보장하는 셈이다.
방산 기업의 매출 구조 변화: 기술형 기업으로의 진화
현대 방산 기업들은 더 이상 단순한 무기 제조업체가 아니다. 첨단 기술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록히드마틴의 경우 2024년 매출 680억 달러 중 우주 사업이 130억 달러를 차지했다. 전통적인 방산 사업보다 우주 기술, 위성 통신,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거다.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도 마찬가지다. 2024년 AI 기반 레이더 시스템 매출이 전년 대비 45% 증가했고, 사이버 보안 사업도 35% 성장했다. 이런 기술들은 전쟁과 무관하게 각국 정부가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전략 기술'로 분류된다.
특히 주목할 분야는 극초음속 미사일과 우주 방어 기술이다. 미국은 2025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46억 달러를 투입하고, 중국과 러시아도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는 기존 핵 균형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 기술이라서 각국이 사활을 걸고 개발하고 있다.
우주 방어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러시아가 위성 공격 능력을 키우면서, 미국과 유럽은 위성 방어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이는 수십 년간 지속될 장기 프로젝트다. 노스럽 그러먼이 개발하는 차세대 위성 방어 시스템 '센티넬' 프로그램만으로도 향후 10년간 96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 보장되어 있다.
방산 기업들은 또한 민간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팰런티어는 CIA와 국방부 고객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민간 기업 대상 데이터 분석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했다. 2024년 민간 매출이 전체의 5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ESG 논란: 투자자 고민은 여전하다
방산주 투자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다. 2023년까지만 해도 노르웨이 국부펀드, 네덜란드 연기금 등이 방산 기업 투자를 금지했다. 하지만 2024년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2024년 3월 "민주주의 수호도 지속 가능성의 일부"라며 방산 투자 금지를 완화했다. 독일 최대 자산운용사인 DWS도 "유럽 안보는 ESG 투자 기준에서 예외"라고 선언했다. 실제로 유럽 ESG 펀드들의 방산주 보유 비중이 2023년 0.1%에서 2024년 2.3%로 급증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방산주에게 유리한 요소다. 러-우 전쟁이 끝나더라도 대만 해협 위기는 더 커지고 있다. 중국 군용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 침입이 2023년 1600회에서 2024년 2400회로 50% 증가했다.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긴장은 오히려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동 불안정도 계속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레바논, 시리아로 확산되면서 중동 전체가 화약고가 됐다. 이란의 핵 개발도 중단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방산주는 '위험 대비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더욱이 북한의 ICBM 개발도 가속화되고 있다. 2024년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만 43발이고, 그중 3발이 ICBM급이었다. 한국, 일본,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 강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방산 업계에게 안정적인 수요를 보장하는 요소다.
결론
러우 전쟁의 종전은 분명 방산주 상승의 1차 원인을 끝내는 사건이긴 하다. 하지만 시장은 단순하지 않다. 군사 예산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고, 방산 기업들은 첨단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따라서 방산주는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끝나는 산업이 아니다. 오히려 종전 이후에도 장기 투자자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구조적 흐름이 남아 있다. 앞으로는 '무기 제조'를 넘어, '국가 안보 기술'에 투자한다는 관점에서 방산주를 바라봐야 한다.
러-우 전쟁의 종전은 방산주에게 단기적 조정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다. 각국의 군사 예산은 확대되고 있고, 방산 기업들은 첨단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 방산주는 이제 '전쟁 테마주'가 아니라 '국가 안보 기술주'로 봐야 한다. 록히드마틴이 우주 기술로, 레이시온이 AI 레이더로, 노스럽 그러먼이 사이버 보안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종전 이후에도 방산주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