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3일 중국의 제80주년 전승절 행사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것이다. "이거 그냥 옛날 일 기념하는 게 아니네?" 맞다. 요즘 중국의 전승절은 단순한 역사 기념일을 완전히 넘어섰다. 이제는 미국을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 발신과 경제 전략 홍보의 무대가 되어버렸다. 시진핑 주석의 연설 내용부터 군사 퍼레이드에 등장한 무기들, 그리고 초청받은 외국 인사들의 면면까지 모든 게 계산된 외교 전략의 일부다. 특히 미중 갈등이 반도체, 대만, 남중국해 문제로 사상 최악 수준에 달한 2025년 현재, 전승절은 중국이 국제사회에 보내는 전략적 시그널을 해독하는 핵심 열쇠가 됐다. 과연 중국은 이번 전승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 했을지 알아본다.
전승절이 ‘정치 외교의 도구’로 변한 이유
과거 중국의 전승절은 정말 순수하게 국내용 행사였다.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싸워 이긴 역사를 기념하고, 국민들의 애국심을 북돋우는 정도의 의미였다. 하지만 2015년 이후부터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게 됐다.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의 규모나 최고 지도자의 연설 톤, 어떤 나라 대표들을 초청했는지까지 모든 게 외교적 의도를 담고 있다.
2025년 전승절에서는 특히 미국을 의식한 분위기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시진핑 주석이 연설에서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수호하겠다"고 강조한 건 누가 봐도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군사 퍼레이드에서도 극초음속 미사일, 최신형 무인기, 해군 전략 무기들이 대거 공개됐는데, 이런 장비들은 태평양에서 미군과 맞설 수 있는 전략무기들이다.
이런 메시지는 "우리도 준비 다 됐다"는 경고나 마찬가지다. 2025년 상반기부터 대만 해협에서의 긴장 고조, 남중국해 항행 자유 작전 충돌,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 강화 등으로 양국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중국이 전승절을 통해 "우리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단순한 역사 기념이 아니라 현재진행형 대결 구도에서의 정치적 선언이 된 셈이다.
경제정책과 국방 메시지의 연결
전승절의 진짜 중요성은 여기서 드러난다. 군사적 과시 뒤에 숨어있는 경제 전략 말이다. 중국은 요즘 군수산업, 국방 연구개발, 첨단 기술 자립을 핵심 경제 정책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2025년 국방예산이 전년 대비 7.8% 늘었는데, 대부분이 IT, 우주항공, 방산 기업들에 집중 투입되고 있다.
전승절 전후에 발표된 "국방경제 통합 추진계획"도 주목할 만하다. 민간 제조업과 방산 기술 간의 기술 이전을 가속화하겠다는 내용인데, 이는 미국의 반도체와 AI 기술 견제에 맞서 자력으로 살아남겠다는 전략이다. 더 이상 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 기술로 버티겠다는 뜻이다.
군사 퍼레이드에 나온 첨단 무기들도 단순한 힘 과시가 아니다. 중국 기술 산업이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기술 전시회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자들도 이런 신호를 놓치지 않는다. 전승절 직후 중국 국방 관련 ETF가 4.2% 급등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투자자들이 중국의 국방 산업 성장 가능성에 베팅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전승절이 시사하는 지정학적 경제 리스크
하지만 동전에는 양면이 있다. 중국의 강경한 메시지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위험 신호로도 받아들여진다. 미중 갈등이 군사적 대결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 외국 자본들이 중국에서 빠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2025년 전승절 전후 일주일 동안 홍콩 항셍지수와 상하이종합지수가 하락세를 보였다. 외국인 자금 순유출 규모도 2조 원에 달했다. 특히 9월 2일 중국이 대만 해협 주변 해군 훈련 강화를 발표했을 때는 대만 증시가 3% 가까이 급락했다. 군사적 긴장이 실제 돈의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이 중국 내부적으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외부 압박이 강해질수록 중국 정부는 내수 진작 정책을 강화하고, 국산화를 더욱 밀어붙인다. 반도체나 국방 관련 산업의 성장 여력도 그만큼 커진다.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 요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제의 자립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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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전승절은 ‘경제 뉴스’다
중국의 전승절을 이제는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한다. 과거 역사를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경제 전략을 읽어내는 중요한 단서다. 군사 퍼레이드에 등장하는 무기들보다 더 중요한 건, 그 뒤에 숨어있는 정책 방향성과 전략적 의도다.
미중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2025년 현재, 전승절 같은 이벤트는 글로벌 투자자들과 경제 분석가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필수 체크 포인트가 됐다. 단순히 외교적 분석을 넘어서 실제 투자 판단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다. 앞으로 미중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그리고 그것이 글로벌 경제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지 예측하는 데 전승절 같은 정치적 이벤트의 전략적 해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