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 기업을 완전히 죽이려고 마음먹고 덤벼들면 어떻게 될까? 2019년부터 화웨이가 겪은 일이 바로 그 실험이었다. 반도체 수출 금지, 구글 서비스 차단, ARM 아키텍처 접근 금지까지 미국 정부가 쓸 수 있는 거의 모든 카드를 다 꺼내 들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화웨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025년 현재 화웨이는 어떨까? 죽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해졌다. 자체 반도체, 독자 운영체제, 5G부터 AI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립을 이뤄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세계 최강국의 기술 봉쇄를 뚫고 살아남은 화웨이의 생존 전략을 세 가지 핵심 축에서 분석해 본다.
반도체 제재 극복: SMIC와 함께한 기술 자립
화웨이에게 가장 치명적인 타격은 2020년 TSMC를 통한 반도체 위탁 생산이 전면 중단된 것이었다. 고성능 Kirin 칩을 더 이상 만들 수 없게 되면서 스마트폰 사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이제 진짜 끝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화웨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중국의 반도체 파운드리 SMIC와 손잡고 기술 자립에 올인했다. 2023년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SMIC가 7nm 공정을 성공적으로 양산하면서 새로운 Kirin 9000s 시리즈를 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Mate 60 시리즈에 탑재된 이 칩은 비록 TSMC 대비 성능은 다소 부족했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기술 자립의 상징'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2025년 현재 화웨이는 5nm급 반도체 기술까지 확보했고, AI 전용 칩인 'Ascend' 시리즈도 자체 생산하고 있다. 미국의 첨단 장비 봉쇄에도 불구하고 자력으로 기술을 끌어올린 놀라운 사례다. 물론 아직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운영체제·생태계 독립: HarmonyOS의 성장
구글이 안드로이드 접근을 차단한 것도 화웨이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스마트폰에서 구글 서비스를 쓸 수 없다는 건 사실상 글로벌 시장에서 퇴출당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화웨이는 여기서도 독창적인 해법을 찾아냈다.
바로 HarmonyOS라는 독자 운영체제를 개발한 것이다. 처음에는 IoT 기기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스마트폰, 태블릿, PC, 심지어 자동차까지 확장하면서 완전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2025년 기준으로 중국 내 HarmonyOS 탑재 기기가 7억 대를 넘어섰고, 화웨이 전용 앱스토어인 AppGallery 월간 사용자도 5억 명에 달한다.
특히 HarmonyOS 5.0은 여러 기기 간 연동성이 뛰어나서 기업이나 교육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스마트워치가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매끄럽게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구글 없이도 이 정도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5G·AI·자동차까지 확장된 전략적 포트폴리오
화웨이의 진짜 똑똑한 점은 스마트폰이 흔들리는 동안 사업 영역을 대폭 확장한 것이다. 5G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는 여전히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미국 장비보다 가격과 품질 면에서 더 경쟁력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I 분야에서도 자체 칩 Ascend와 Huawei Cloud를 앞세워 기업용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음성인식, 머신러닝, 스마트시티 솔루션 등은 중국 정부 프로젝트와 연결되면서 대규모 수주를 따내고 있다.
자동차 분야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화웨이 인사이드' 전략으로 자동차 제조사들과 협업하면서 자율주행과 전장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자동차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42% 늘었고, HarmonyOS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20개 이상 브랜드에 들어가고 있다.
결론: 제재는 끝이 아니라 전환의 시작이었다
화웨이는 미국의 기술 봉쇄를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으로 만들었다. 반도체부터 운영체제, 5G, AI, 자동차까지 외부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완전히 체질을 바꿨다. 이런 생존 방식은 이제 글로벌 IT 업계의 새로운 벤치마크가 되고 있다.
'미국도 못 막은 기업'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세계 최강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한 기업을 무너뜨리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 기업이 더 강해졌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화웨이의 이야기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법을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사례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