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페이스북의 창업자'로만 알려졌던 마크 저커버그가 이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메타버스라는 거대한 도박에 100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가 혹독한 비판을 받았지만, 그는 여전히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2024년 메타의 주가가 500% 급등한 이유는 메타버스 때문이 아니었다. AI와 생산성 도구, 그리고 오픈소스 전략 때문이었다. 저커버그는 실패에서 배웠고, 이제는 더 현실적이면서도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의 새로운 전략이 어떻게 돈이 되는지, 그리고 왜 이것이 메타버스보다 더 중요한 베팅인지 살펴보자.
AI 오픈소스 전략, 플랫폼보다 생태계를 만든다
저커버그가 2023년 2월 LLaMA를 공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구글과 오픈AI가 자사 AI 모델을 유료로 판매하는 상황에서 왜 공짜로 풀어주는 걸까? 하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 그 전략의 위력이 드러나고 있다.
LLaMA 2, 3을 거쳐 현재 LLaMA 4까지 발전한 메타의 오픈소스 AI는 전 세계 개발자들의 표준이 됐다. 허깅페이스 통계에 따르면 LLaMA 기반 모델들이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스타트업의 70% 이상이 LLaMA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게 바로 저커버그가 노린 것이다.
메타는 AI 모델 자체로는 돈을 벌지 않는다. 대신 그 위에 올라가는 모든 것으로 수익을 만든다. 메타 AI 스튜디오를 통한 기업용 챗봇 서비스, 인스타그램과 연동된 AI 크리에이터 도구, 광고주를 위한 AI 타겟팅 시스템까지. 개발자들이 LLaMA를 쓸수록 메타의 생태계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구글이 검색으로 웹을 지배한 것처럼, 저커버그는 오픈소스로 AI 시장을 지배하려 한다. 단기적으로는 손해지만 장기적으로는 AI 인프라의 표준을 쥐게 되는 거다. 안드로이드가 무료였지만 결국 구글이 모바일을 장악한 것과 같은 전략이다. 저커버그는 이미 이 게임에서 이기고 있다.
생산성 도구와 비즈니스 솔루션으로의 확장
2025년 메타가 조용히 키우고 있는 사업이 하나 있다. 바로 '메타 워크스페이스'다. 기존의 워크플레이스를 완전히 뜯어고쳐서 만든 이 플랫폼은 슬랙, 줌, 구글 워크스페이스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메타 워크스페이스의 핵심은 '경계 없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왓츠앱으로 받은 업무 메시지가 자동으로 업무용 캘린더에 일정으로 추가되고, 인스타그램 DM으로 온 프로젝트 요청이 메타 워크스페이스 태스크로 변환된다. 메타가 가진 30억 명의 사용자 기반을 업무용으로도 활용하는 거다.
특히 1인 사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반응이 뜨겁다. 기존에는 카카오톡으로 주문받고, 이메일로 견적서 보내고, 엑셀로 관리하던 걸 메타 워크스페이스 하나로 통합할 수 있게 됐다. 월 구독료 9.99달러로 시작하는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
메타는 여기서 구독 수익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광고, 결제 수수료, 클라우드 스토리지까지 다양한 수익원을 만들어내고 있다. 2024년 4분기 메타 워크스페이스 사용자가 5000만 명을 넘어섰고, 이는 슬랙의 절반 수준까지 따라잡은 것이다.
저커버그는 "일과 삶의 경계가 사라진 시대에 맞는 도구를 만들고 있다"라고 말한다. 메신저, SNS, 업무 도구가 하나로 합쳐진 이 생태계에서 사용자들은 메타 밖으로 나갈 이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게 바로 진짜 '메타버스'일지도 모른다.
메타버스는 끝났는가? 아니다, 전환 중일뿐이다
"메타버스는 실패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숫자를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2024년 메타 퀘스트 3 판매량이 1500만 대를 넘어섰고, VR 헤드셋 시장 점유율은 75%에 달한다. 문제는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거지, 사업 자체가 망한 건 아니다.
저커버그는 전략을 바꿨다. '모든 사람을 위한 메타버스'에서 '특정 용도를 위한 몰입 경험'으로 방향을 틀었다. 의료진 훈련용 VR 시뮬레이션, 건축 설계용 3D 협업 도구, 원격 교육용 가상 교실 등 B2B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메타 퀘스트로 진행되는 기업 교육 프로그램이 급증하고 있다. 월마트는 직원 교육에, BMW는 자동차 설계에, 존스 홉킨스 의대는 수술 연습에 메타 VR을 활용한다. 이런 B2B 고객들은 개인 사용자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낸다. 기업용 퀘스트 프로 모델은 개당 1000달러가 넘는다.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사라졌지만 기술은 살아있다. 인스타그램의 AR 필터, 메신저의 가상 배경, 메타 워크스페이스의 3D 회의실까지.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를 하나의 거대한 가상세계가 아니라 일상 곳곳에 스며든 몰입 경험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이 방식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수익성이 높다.
결론
마크 저커버그는 더 이상 "메타버스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외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실행하고 있다. AI로 개발자 생태계를 장악하고, 생산성 도구로 일상에 파고들며, VR/AR을 실용적 도구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의 새로운 전략은 메타버스 시절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하지만 야심은 더 크다. 그는 지금 인간의 디지털 경험 전체를 메타 중심으로 재편하려 한다. 그리고 그 계획이 서서히 현실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