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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 글로벌 금융 질서 바뀐다 (기능, 영향, 과제)

by 스트롱파파 2025. 9. 2.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 글로벌 금융 질서 바뀐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 글로벌 금융 질서 바뀐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는 건 비트코인도 이더리움도 아니다.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2025년 9월 현재, USDT, USDC, PYUSD 같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들이 전 세계 금융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변동성 큰 암호화폐들의 피난처 역할을 넘어서, 이제는 실제 국경 간 결제와 무역 거래에서 진짜 돈처럼 쓰이기 시작했다. 미국이 디지털 달러 발행을 미루고 있는 사이, 민간 기업들이 만든 가짜 달러가 진짜 달러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기묘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변화가 기존 금융 시스템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제도적 충돌이 예상되는지 살펴본다.

스테이블코인의 기능과 장점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디지털 화폐의 핵심은 '안정성'이다. 비트코인처럼 하루에 10-20% 가격이 요동치는 게 아니라, 미국 달러나 유로화 같은 법정화폐에 1:1로 연동시켜서 가치 변동을 최소화한다. 그래서 투자 목적보다는 실제 거래나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들을 보면 각각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USDT는 테더라는 회사가 만든 원조 스테이블코인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인다. 특히 신흥국이나 정치적으로 불안한 지역에서 달러 대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테더가 정말로 발행한 만큼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투명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USDC는 서클이라는 미국 회사가 발행하는데, 테더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회계 감사를 정기적으로 받고 담보 자산을 공개하는 등 투명성 면에서는 훨씬 앞선다. 그래서 미국 내 기관 투자자들이나 금융회사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PYUSD는 페이팔이 2024년에 출시한 신상품인데, 페이팔의 거대한 결제 네트워크와 연결되면서 실제 온라인 쇼핑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은 명확하다. 국경 간 송금이 몇 분 만에 완료되고, 수수료도 기존 은행 송금의 10분의 1 수준이다. 24시간 365일 언제든 거래가 가능하고, 중간에 은행이나 카드사 같은 금융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여전히 발행사를 믿을 수 있는지, 정말로 달러를 1:1로 보유하고 있는지, 규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큰 숙제로 남아있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실제 영향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가져오는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개선 차원을 넘어선다. 기존 금융 시스템의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근본적 변화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금융 질서에 새로운 변수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국경 간 결제 시스템의 혁신이다. 지금까지 해외송금을 하려면 SWIFT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은행을 거쳐야 했고, 2-5일 정도 시간이 걸렸다. 수수료도 송금액의 3-8% 정도로 상당히 비쌌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으로 송금하면 수 분 안에 완료되고, 수수료는 0.1-0.5%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다. 이 때문에 핀테크 회사들과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기존 은행 시스템을 우회해서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활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달러 패권의 민간 확장이다. 미국 연준이 공식 디지털 달러 발행을 계속 미루고 있는 동안, 민간 기업들이 만든 스테이블코인이 먼저 전 세계에서 디지털 달러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게 정말 기묘한 상황인데, 미국 정부가 아닌 서클이나 페이팔 같은 사기업이 사실상 글로벌 달러 유통을 통제하게 된 거다. 통화 주권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위험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미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전통 금융기관들의 대응도 흥미롭다. JP모건,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투자은행들은 이미 자체 디지털 자산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고, 일부는 USDC를 활용한 결제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반면 규제를 중시하는 전통 은행들은 여전히 "스테이블코인은 인가받지 않은 불법 화폐"라며 선을 긋고 있다. 같은 금융업계 안에서도 대응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규제·제도와의 충돌, 앞으로의 과제

스테이블코인의 급속한 성장이 중앙은행과 규제 당국에게 미치는 충격은 상당하다. 통화정책 효과성, 금융시스템 안정성, 자금세탁 방지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도전과제가 등장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2024년 하반기부터 '스테이블코인 투명성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됐고, 발행사 등록 의무화, 담보 자산 공시,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 등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한국 상황도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에서는 2025년 하반기 중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주요 내용은 실명 기반 거래 의무화,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 제한,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 허가제 등이다. 하지만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정부 입장이 여전히 애매한 상황이라 실제 법안 통과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더 복잡한 문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의 경쟁 구도다. 각국 정부들이 CBDC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데,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먼저 시장을 장악하면 정부 발행 디지털 화폐의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부 국가들은 아예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금지하거나 강력하게 규제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금융 질서에서 '공공 대 민간'의 대립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 스테이블코인은 위협일까, 기회일까?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분명 기존 금융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나쁜 일만은 아니다. 기술 발전이 현실을 바꾸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제도는 그 변화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중요한 건 스테이블코인을 무조건 막으려 하거나 무분별하게 허용하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신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글로벌 결제와 자산 운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각국 정부와 금융기관이 해야 할 일은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적절한 투명성 확보와 사용자 보호 장치만 마련된다면,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혁신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 앞으로 5년 안에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금융 질서가 완전히 자리 잡을 가능성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